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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호의 '아낙네'가 불편한 이유


불편함에는 이유가 있다. 무의식은 의식보다 언제나 빠르다. 만약 이유를 모르게 불쾌하다면, 아직 내 이성이 찾아내지 못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나는 송민호를 좋아한다. 쇼미를 송민호 때문에 보기 시작했고, 송부인과로 논란이 되었을 때에도 그런 뜻이 아니었을 거라고 믿으며 응원했다. 그런데 예전 ‘몸’에서부터, 지금 1위를 하고 있는 ‘아낙네’에 이르기 까지 계속 무언가 석연찮은 점이 있다. ‘몸’에서는 괴리감정도였다면, 이번 ‘아낙네’는 불쾌하다. 그런데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애매하게 거슬리는 가사는 있었지만, 명확히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분명 없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했는데, 댓글에 가사가 불편하다고 하는 자들을 비난하는 글이 베스트로 올라간 것을 보고 나만 느낀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들도 나처럼 설명할 수 없었기에 명확히 근거를 대지 못했다는 것 또한 알았다. 그래서 대체 왜 불편한 건지 열심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결론은 맨 아래에 있다. 글이 너무 기므로 결론만 봐도 되지만 그러면 조금 뜬금 맞을 수도 있다.


 


1. ‘아낙네’라는 단어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단어이고, 그래서 불편하다.


‘아낙네’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집 부인이나 성숙한 여자를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사전적으로 따지면 남의 집 성숙한 여자이니 사전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본능적인 인식에 있어서 거부감이 있는 것이다. 아낙네라는 말을 딱 들으면 우선 ‘옆집 부인’ 또는 ‘동네 아주머니’의 느낌이 강하다. 성숙한 여자라고 하지만, 그 옛날 시절에는 지금의 ‘성숙’에 이르기 한참 전, ‘소녀’ 시절에 이미 시집을 갔기 때문에, 그들이 호칭하는 아낙네는 대부분 누군가의 아내였을 것이다. 즉 ’나의 아낙네’를 부르짖는 가사는 현대어로 바꾸면 ‘나의 아주머니’나 ‘나의 아내’ 둘 중 하나의 의미에 가깝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부인을 이른다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나의 여인’정도로 끼워 맞춰야 할 것이다. 어느쪽이든, 무게감이 있는 단어선택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자. 곡의 주제 또한 ‘그리운 여인을 염원하는 순애보’ 라고 하니, 더 그렇다. 문제는 곡의 분위기가 전혀 그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막판에 보면


‘where my bitches at? 내 아낙네’ 내 아낙네를 my bitch정도로 취급한다. 애틋하다는 여자를 대하는 꼬라지를 보라.


 


2. 곡을 아무리 봐도 하나뿐인 그녀를 그리워하는 느낌이 아니라 옆집 처녀에게 집적거리며 희롱하는 느낌이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여인에 대한 순애보를 담은 곡이라고 보기에는 곡의 분위기나 가사의 내용과 어조가 너무도 껄렁하고 가볍다.


‘나 안봐주고 너무해애’ ‘빛이 다 어딨을까, 네 눈속에 있지!’ ‘걔랑 가면 망하고 나만 따라오면 천국을 보여줄게~’ ‘오 이쁜 여자 귀티가 철철 나는걸~’ ‘너무 너무 이뻐 너는!’


노래 가사가 말하는 내용을 평서체로 바꾸면 딱 저 정도일 것이다. 샘플링을 했다는 ‘소양강의 처녀’를 보자.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어쩌나’ ‘그리워서 애만 태우네’ ‘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 ‘기다리다 멍든 가슴에’


“순애보” 라고 칭하려면 그 대상에 대해 이정도의 무게는 있어야 할 것이다. 그녀에 대한 내용이 너무 예뻐~ 밖에 없으면서 ‘나의 아낙네, 나의 파랑새‘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단어를 매칭한 것이 불편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녀에 대한 찬양의 내용이다.


‘우리 둘이 야리꾸리 무리무리’ ‘여기 밑 빠진 DOG 물 멕여줘’ ‘배배 꼬아 부끄러마’ ‘너는 그림속의 움츠린 떡’ ‘난 침이 꿀꺽’ ‘넌 이뻐 이뻐’ ‘그리워 너의 몸’


그녀에 대한 사랑의 표현 중 성적이지 않은 것이 단 하나도 없다. 간접적이지만, 분명히 성적이다. 가사를 보면 하고 싶은 말은 이거 하나다.


“너 너무너무 예뻐. 성기(밑)가 빠지게 목마르니 내 발정난 '개' 같은 욕구를 채워줘(물 멕여줘). 흥분해서 몸이 배배 꼬이네, 넌 먹고 싶은 떡이야 너무 예뻐서 침이 꿀꺽 넘어가. 그립다 너의 몸이.”


아주 교묘하게 돌려서 표현해 놨지만, 그 가사의 숨은 뜻이 이게 아니라고 말할 것인가? 너무 잘 숨겨놔서 그냥 들을 때는 이유 모르게 거슬리기만 할 뿐, 큰 문제는 없다고 느낀다. 그걸 조금만 더 해석해보면 저런 속뜻이 너무도 분명한데 말이다.


순애보적인 사랑이라면서, 그녀에 대한 육체적 끌림과 그에 따른 성적 욕망, 시각적 아름다움 밖에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발정난 개인게 자랑이 아닐텐데, ‘개’같은 본능적인 모습을 왜 그리 추앙하며 본인들을 자발적으로 개에 비유하는지 모르겠다. 개같네.


 


결론: 이 노래는 진정으로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고, 그런 만큼 그 대상에 대한 존중과 숭배를 노래하는 ‘옛적 순애보’가 아니라, 침이 꿀꺽 넘어가게 예뻐서 자고 싶은 ‘성적 대상’에 대한 희롱과 집적거림이다.


고작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여 작업 걸고 희롱할 뿐인 내용의 노래에 남의 부인, 혹은 본인의 아내의 의미가 더 강한 우리나라 고유의 ‘아낙네’라는 호칭을 갖다 붙여 순정인 척 목청 터지게 불러재끼고 있으니 너무나 불쾌하고 불편한 것이다. 이유 없이 발악한다고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유없는 불편함은 없다.


 


 


덧) 단순히 여자를 좋다고 한다고 여혐이 아닌게 아니다.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서 만족스럽다며 예찬하는 것이 우리가 그토록 하지 말라고 하는 여혐인 것이다.


송민호 참 좋아한다. 랩 잘하고, 음악적 능력 좋고, 재미있기 까지 하다. 그런데 가사를 들을 때 마다 여자를 그저 욕구 해소용으로만 가볍게 여기는 것이 느껴져서 화가나고 슬프다.


더 슬픈 것은, 아무리 이런 가사를 계속 써대도 그냥 사랑표현이고, 좋기만 한데 대체 뭐가 문제냐며 신나게 추종할 남성층, 거기다 인식하지 못하는 여성층까지 넘쳐날 것이기에 계속 아무런 피해 없이 승승장구 할 것이라는 현실이다. 이런 피드백 따위는 무시하는 것이 10배쯤 편하겠지만, 이게 잘못된 일이라는 걸 인지하고 진지하게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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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호가 직접 아낙네를 사전적 의미로 보지 말랬는데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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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왜 작곡가가 가사뜻 밝혔는데 너혼자 생각한걸 팩트라고 보고 글쓰는거야? 너가 불편할수야 있지 근데 그게 보편적인게 아니면서 자꾸 피드백하야한다는식으로 얘기하는데 이것도 선동질인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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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를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고 사랑한다고 까고 싶었나본데... 왜 성적 매력에 끌려 사랑하면 안되는 거지? 그게 부정한 거야? 솔직히 나도 여자지만 여자도 남자를 사랑할 때 내면의 아름다움 보고 사랑하는 여자가 몇이나 돼? 외모, 키, 능력, 거기에 인성은 그냥 평균의 정상치만 되면 사랑하지 않나? 아빠뻘 나이에 가진 것도 없는 서경덕을 인격만 보고 사랑했던 황진희 같은 여자가 몇 없 듯, 남자도 마찬가지 아닌가? 요즘 ㄸㄹㅇ 같은 남자들 많은 거 알겠는데, 무슨 결벽증 걸린 것처럼 뭐든지 페미의 잣대 들이대는 거 졸 피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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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양강 처녀 샘플링했으니까 옛적인 느낌 줄려고 아낙네라 한거아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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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 쭉 들어봤는데 송민호 수준은 "산부인과에서처럼 다리벌려"그 수준에서 벗어난게 없더라. 그냥 여자를 성적 대상, 물건으로 보고 가사도 랩퍼들의 "예쁘고 섹시한 넌날 꼴리게 해" 클리셰 수준에 머물러 있음. 노래가 좋으면 뭐해? 사람 인성 수준이 가사로 다 보이는데ㅋ 쓰니는 여기서 좋은 소리 못들을 거 같으니 너무 신경쓰지 마. 어차피 소비할 사람은 끝까지 소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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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넌 듣지마 난 들을테니까 별게다 여혐이래;; 나도 여자지만 너같은애들 때문에 페미니스트가 욕먹는거야;; 아님 송민호를 걍 싫어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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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송민호 아낙네는 불편하고 성적어필하는 타 남돌 여돌 노래랑 팝송은 안불편해??? 걍 이건 송민호를 까고싶은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민호가 이런 논란있을까봐 아낙네를 사전적 의미로 __ㅣ말아달라 한거고 ;;뮤비도 무슨 니네 하는 말만 들어보면 송민호가 다 콘티짜고 촬영한줄알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송민호 까기전에 와이지 유언비어 성희롱 욕설등 다 고소하고있다는것좀 알아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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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ape of you도 욕해야될듯 나의 심장도 빠지고 있지만 난 너의 몸에 사랑에 빠졌어 라는 가사는 아예 여자를 몸만봐서 성적대상화한거야 그리고 boy, 넌 말을 많이 하지 말라고 해 내 허리를 잡고 너의 몸을 내게 붙여 글쓴이식으로 해석하면 이것도 아예 그거만 하고싶어서 닥치라는얘기아닌가 그래도 여혐이고 희롱한다는 얘기는 못들어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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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냅두면 안되는 거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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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해할수도 있지 개인 의견이니까 강요만 안하면 된다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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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혐이 아니라 성적인거 아니야?? side to side 가사앎? 그것도 그냥 끝까지 다 야하고 원하는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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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해 보고 아이디어 얻었다고 했고 전생 혹은 꿈에서 폭군이었던거 표현한건데 그게 어떻게 여혐인지 모르겠는데?스토리 자체는 연산군이랑 장녹수 연상시키고ㅋㅋ그럼 아낙네라고 부르는 것도 이해가 감(피앙세라는 영어 제목이 있긴 하지만 오로지 뮤비만 보면) 내용은 하나도 안보고 무조건 여혐이라고 하는 애들은 진짜...아무튼 와이지 지금 메일 보내면 2분만에 확인하고 있고 고소 당한 애들 계속 나오는 것만 알아두시길